작가노트
나는 ‘조선의 얼’이라는 주제로 한지와 고서를 매체로 평면과 입체를 넘나드는 작업을 주로 한다. 나에게 있어 ‘조선의 얼’은 ‘우리 민족의 얼’이라는 대표성을 가지고 있으며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대 사회까지 이어져 있는 나와 우리의 정체성이자 뿌리 이기도 하다. 작업의 소재를 찾고자 전국을 돌며 빛 바랜 한지와 서책, 필사본, 습지 등을 수집하고 분류하는 일은 내게 있어 선조들이 남겨놓은 흔적들을 따라가며 그들의 삶과 정신을 돌아 보는 귀한 공부이다. 그 흔적에 담긴 조상들의 얼을 내 개인의 기억과 해석을 거쳐 작품 속에 시, 서, 화 (詩, 書, 畫) 등의 언어를 통해 현대적으로 풀어 내는 것이 내 작업의 근간이다. 작업의 주 재료인 한지는 아흔 아홉 번의 손질 끝 백 번째에 완성되는 장인 정신의 정수이며 이렇게 탄생한 종이는 그 수명이 천 년을 간다고 한다. 얇고 가벼우나 질기고 유연한 한지의 우수성은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바 있다. 서양의 펄프와 성질이 다른 순 한지는 비단과 같아 채색과 염색이 자유롭고 특유의 따스한 손 맛이 있어 내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한복의 주름, 옷고름, 바느질 자국 등을 표현하기에 적합한 재료이고 내가 가장 잘 다룰 수 있는 재료이기도 하다. 한지의 특성을 살려 두루마기, 치마저고리 등의 한복을 짓는다거나 옛 서책, 반닫이, 온돌방 등을 다시 형상화 하는 작업을 통해 나는 쉽게 잊혀져 가는 조상들의 정신과 멋을 표현하고자 한다. 빛 바랜 종이의 자연색과 오방 색을 기본으로 한 절제된 색채는 전통적으로 이어져 오는 색채미학을 작품 속에서 이어가고자 하는 나의 바램을 담은 것이다. 현대 미술 작품을 통해 사라져 가는 우리의 귀한 유산들을 세계적으로 알리고 후손들에게 두고두고 기억될 수 있는 작품을 하는 것이 작가로서의 내 목표이고 사명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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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Statement
Taking the spirit of Joseon as my central theme, I use hanji (Korean paper) and old books to create work that traverses between two-dimensional and three-dimensional. The "spirit of Joseon," to me, represents "the spirit of [Korean] people" as well as my and our identity and root, which has been lasting in modern society. Traveling to different regions of the nation to collect and sort out hanji, old books, manuscripts, and parchment paper is an invaluable learning experience for me to follow the traces left by ancestors and reflect on their lives and spirit. My work is based on transforming the essence contained in those traces through my memories and understanding into contemporary interpretation using the language of poetry, calligraphy, and painting. My primary medium, hanji, must be treated 100 times until completion, and it is the quintessence of craftsmanship. Hanji is known to last 1000 years. Its thin and light but durable and malleable attributes are globally recognized. Hanji's nature differs from the western pulp as it resembles silk and is easy to be painted or dyed. The paper has its unique handmade quality, which is suitable to express hanbok folds, otgoreum, and stitches, which frequently appear in my work. It is also the medium I am most comfortable with. I want to express the spirit and zest of our ancestors passing into history by re-realizing hanbok, such as durumagi, chima jeogori, or old books, bandaji, and ondol. The limited color palettes I choose are centered around the naturally faded paper colors and obangsaek (the traditional Korean color spectrum representing five cardinal directions: blue, red, yellow, white, black) and reflect my aspiration to continue honoring the aesthetics of the traditional colors in my art. Creating contemporary art that helps widespread our significant heritage and be remembered by the descendants for generations to come is my goal and vocation as an artist. |